슬픔과 기쁨을 모두 품고 심장을 바쳤던 '치첸이트사'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은.. 평화롭게 살던 한 부족이 강한 부족의 침략을 받게 되고 포로로 잡힌 한 남자는
부인과 아이의 생사도 모른채 하염없이 끌려가다가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는 곳에 도착하는데
같이 끌려간 사람들이 속절없이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목이 잘리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주인공은 추격자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가족을 구해낸다
그리고 배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하는 서구인들의 모습을 보고
추격자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척이나 잔인했던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의 무대가 바로 마야유적의 진수 '치첸이트사'이다
밀림속에 있는 '치첸이트사'는 10~13세기에 번성했던 마야문명의 중심지였다
유카탄반도 전역에 세력을 뻗치고 찬란한 문명을 남겼던 마야인들은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태양을 숭배한 민족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태양이 내일을 열기 위해 날마다 밤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친 태양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사람의 심장과 피를 계속 바쳐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치첸이트사'에는 수백명이나 줄을 서서 자신의 심장을 바쳤던 '전사의 신전'을 비롯하여
피의 제사를 지냈던 '엘 카스티요' 그리고 심장을 바치기 위하여 싸웠던 '구기장' 등
태양을 향한 절대 숭배.. 그것이 만들어 낸 마야인들의 처절한 흔적이 있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치첸이트사'에서 이리 저리 옮겨 다니고 있는 이구아나
철은 사용할줄 몰랐지만.. 태양은 가장 정확히 읽고 기억했던 사람들인 마야인
그들은 천문학과 기하학에 뛰어난 지식을 지녀 태양이 뜨고 지는 미세한 변화를 정확히 계산해 내었다
260일을 기준으로 하는 종교력과 365일을 기본으로 하는 태양력을 동시에 사용하였으며
지금까지의 역법 중 가장 정확했다는 것이 마야의 태양력이라고 할 정도였다
2007년에는 세계 신 7대불가사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마야의 대표적인 유적지이다
'쿠클칸'의 신전으로 불리는 '엘 카스티요 (El Castillo)' 피라미드
한변의 길이 55.3m. 높이가 25m인 이 신전은 마야 기하학의 정수이다
마야인들은 이곳에서 뱀의 형상인 '쿠쿨칸'신에게 풍요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고
이곳에 숨겨진 과학적인 요소를 파헤치다보면 피라미드의 무게는 점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벅차게 다가온다.
피라미드의 4개 사면마다 가운데에는 계단이 있는데 한면의 계단 수는 90개이다
그래서 총 계단의 수는 꼭대기 제단에 있는 상징물 5개를 더하면 (365)라는 수가 된다
피라미드는 동서남북 기준에서 17도 북동쪽으로 살짝 틀어져 앉아 있어
매년 춘분(3월 20, 21일)이나 추분(9월 20, 21일)때 북쪽 사면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우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북쪽 사면 가운데 계단 난간의 피라미드 모서리를 통과한 빛이
마치 뱀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그림을 그리는 신비한 모습으 연출된다고 한다
오후 4시20분경 맨 위부터 한 단씩 뱀이 나타나기 시작해 5시50분경에는 맨 밑에 까지 뱀 그림이 완성되고
다시 아래서부터 지워지기 시작한 뱀은 5분 만에 하늘로 오르며 사라진다고 한다
뱀 형상의 신 '쿠클칸'을 믿는 마야인들이 신의 강림을 목도한 이 순간은
쇠로 된 연장도 없이 돌 도끼로 다듬고 사람 손으로 들어 올려 만든 피라미드가 마법의 신전이 되는 것이다
구기장 (Juego de Pelota)
마야 유적 중 가장 큰 경기장인 이곳에서의 경기는
일반 경기라기 보다는 목숨을 건 종교 활동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경기에서 이긴 선수는 자신의 심장을 하늘에 바쳤다
사후 세계를 믿는 마야인들에게 신에게 목숨을 바치는 것은 큰 영광이었기 때문이다
구기장 벽면 상단에 높이 있는 원형의 골대
이 골대 구멍에 손을 쓰지 않고 엉덩이와 발만을 이용하여 골을 넣어야 했다
엉덩이와 발로 골을 넣기에는 정말 어려워 보인다
쏨반뜰리 (Tzompantli)
구기장 바로 옆 나지막한 제단의 벽면엔 온통 해골이 새겨져 있다
당시 구기장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제물로 죽게되면 기념으로 해골을 조각해 놓은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사의 신전 (Tempo de los Guerreros)
1000개의 기둥을 갖고 있는 이곳은 '기둥의 신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전의 중앙에는 '챠크 몰' 석상이 위치하고 있으며
전면과 주위에는 여러가지 그림이 조각되어 있는 많은 기둥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전사의 신전에 있는 챠크 몰 (chacmol)
수많은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받치는 의식의 중심지
죽음의 슬픔과 신과 가까워진다는 기쁨등 묘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챠크 몰' 석상
지금은 계단을 올라갈수가 없어 박물관에서 보았던 '챠크 몰'을 올려본다
'챠크 몰'은 각 신전의 꼭대기에 있으며
배에 받치고 있는 접시에 사람의 심장을 꺼내 놓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챠크 몰'은 정확하게 죽음의 방향이라는 서쪽을 향하고 있다
당시에는 기둥위에 천장이 올라가 있었을것 같지만 지금은 기둥만 남아 있다
까라꼴 (Caracol)
둥근 돔은 마야의 천문 관측대로 9m의 발코니 위에 높이 13m의 관측소가 얹혀 있다
달이 지는 최북단을 보는 창이 있어.. 춘분과 추분의 일몰과 월몰을 정확하게 관측했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이다
용맹과 땅의 상징인 재규어의 신전 (Tempo de Jaguares)
구기장 동쪽 벽의 신전 정면에는 재규어상이 놓여 있으며 주위에 여러 그림이 조각되어 있다
왼쪽의 전사의 모습과 오른쪽의 전사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의상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마야의 아즈텍 문명과의 융합을 확실히 볼수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뒷벽의 조각에서는 아직도 붉은색의 유화가 남아있는 정교한 그림을 둘러 볼수 있다
사원 (Casa de las Monjas)
20m의 기단과 많은 방으로 구성된 2층 규모의 이 건물은 푸크양식으로 지어진 사원으로 조각이 매우 아름답다
긴 구조물은 밑둥의 잔해만 보여주고 있어 세월의 허무함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푸크양식이란 시멘트처럼 굳은 토사위에 네모반듯한 석회암석을 빈틈없이 붙이는 방법으로
모자이크 무늬를 형성하고 있는 양식을 말한다
성스러운 샘 '세노테' (Cenote)
유카탄 반도는 강이 없는 밀림지대로서 비가 내리면 석회암 토양의 지하에 물이 괴어 웅덩이들이 생겼는데
이곳 '세노테'는 지름이 50∼60m가 넘고 깊이가 40여m에 이르는 대규모 연못이다
'세노테'는 농사지을 물을 대는 저수지 기능을 했을 뿐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로도 활용했던 성지로
마야인들은 전염병이 생기면 이곳에 산 제물이나 보물을 던졌다고 한다
'치첸이트사' 안에서 팔고있는 기념품들
신은 그동안 바친 사람의 피와 심장만으로는 아직 성이 차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과식을 한 것일까?
후기 마야시대에 가장 큰 세력을 구축했던 밀림의 왕국은 13세기경 마야팡족의 공격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라임스톤으로 지어진 신전의 벽면으로 다가섰다.
조심스레 유적을 쓰다듬었고 미세한 바스러짐을 느꼈다. 그'멸(滅)'의 느낌...
아즈텍 고사에 적혀있는 제5태양 (지구의종말)을 연장하기 위하여
인간의 육신이 제물로 바쳐졌던 '챠크 몰'은.. 지금도 슬픔과 기쁨을 모두 품고
전사의 신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누워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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