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사파이어

해외여행/아시아

[아르메니아] 천년의 세월을 침묵으로 버텨온 사나힌 수도원

사파이어* 2020. 3. 3. 18:37

가을의 한복판에 찾은 아르메니아 북부 Lori 주의 Debet 협곡 고원에는

아름다운 설산을 배경으로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수도원이 두 곳 있었는데 하나는 사나힌 수도원이고

다른 하나는 아흐파트 수도원입니다. 이 수도원들은 아르메니아 종교 건축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귀중한 건물들로 비잔틴 교회 양식과 캅카스 지역의 전통적인 토속 건축 양식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수도원으로

아르메니아 건축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업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건물들입니다

 

이 두 수도원은 Debet 협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이는 위치에 세워져 있는데

아흐파트 수도원보다 조금 일찍 세워졌다고 하는 사나힌 수도원 Sanahin Monastery 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사나힌 수도원은 장식가와 서예가의 학교로 알려져 있고 아르메니아의 예술과 건축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물로 돔 구조의 지붕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건축의 형태는 아르메니아 농촌의 가옥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붕 중앙에 구멍이 나 있는 아주 독특한 실용적인 구조였습니다

 

 

 

사나힌 수도원 Sanahin Monastery 전경 - 건립 시기 10세기 경

사나힌 이라는 이름은 아르메니아어에서 '이것이 그것보다 오래된 것' 으로 번역되며

아마도 이웃에 있는 아흐파트 수도원보다 오래된 수도원이라는 주장을 나타내는 것 같다

 

 

 

예레반의 북쪽에 위치한 사나힌 수도원은

예레반에서 165Km (자동차로 3시간 14분 소요) 떨어져 있어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을 하였다

 

 

 

아르메니아에서 머무는 동안 이틀을 빼고는 비가 내려

가을의 스산함이 늘 느껴졌던 여행이었는데 이날도 비가 내렸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특이한 형태의 종교 건물들과

 

 

 

몽환적인 가을 분위기 때문에 이날의 여정은 눈과 마음이 함께 즐거웠다

 

 

 

사나힌 수도원 배치도

1.신의 어머니 교회   2.주 예배당인 구세주의 대성당   4.세미나실 (신학교)

5.도서관   9.종탑   12.묘지   15.샘   16.식당

 

 

 

사나힌 수도원은 아흐파트 수도원과 함께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수도원으로 들어서자

세월을 품고 있는 건물들과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중세시대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였다

 

 

 

너무나 조용하고 고즈넉한 이 뜰을 걷고 있으려니

 육중한 돌 위에 앉아 여러가지 형태의 십자가를 돌에 새기고 있는 학생들의 망치소리가

 귓가에 다가왔다 사라지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주위를 한번 돌아 보았다

 

 

 

사나힌 수도원은 외부는 물론 내부의 모든 공간이 아르메니아식 십자가로 장식이 되어 있다

교회의 벽면, 출입문, 기둥은 물론이고

공간만 있으면 십자가를 새겨 놓았는데 십자가의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였다

 

 

 

수도원은 서쪽을 향해 배치되어 있고 2개의 직사각형 축 위에 세워져 있다

외부에서 보면 정사각형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십자가 형태로 설계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십자가 형태의 내부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중앙의 핵심부 및 정사각형 기단과 원형 돔 사이의 조화이다

4개의 기둥이 설치된 회당은 회의와 교육 그리고 종교적인 의식에 이용되었다고 한다

 

 

 

중앙의 돔은 2층으로 된 성구 보관실 4개와 예배당으로 둘러싸여 있고

조명은 돔 중앙의 구멍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도사들이 공부하던 곳

조명이 변변치 못했던 시절 수도사들과 학생들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야만 했다

 

 

 

수도원 내부의 기둥들

 

 

 

수도원 내부 바닥의 무덤들

 

 

 

사나힌 수도원의 잔해

수도원은 수세기동안 군대에 의해 많은 공격을 받았고 최근에는 1988년에 대지진이 발생하였으나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내부에서 본 수도원 주위의 가을 모습

 

 

 

노란 가을색으로 둘러싸여 있는 수도원

 

 

 

교회의 남동쪽에는 공동묘지가 있으며 그곳에는 자카리안 왕자들의 무덤도 있다

아흐파트 수도원과 사나힌 수도원은

키우리크 왕조와 자카리안 왕자들이 번영을 누리던 시기에 건축되었다

 

 

 

 

 

 

 

 

 

 

 

 

 

 

 

천년의 세월을 침묵으로 버텨온 사나힌 수도원의 한적함은

이제는 내 가슴 한켠을 시리게하는 쓸쓸함이 있다

 

 

 

사나힌 수도원이 있는 알라베르디 지역의 기념품 상점

 

 

 

이처럼 가건물인 곳에서도 물건을 팔고 있었다

 

 

 

사나힌 수도원에서

 

기독교는 아르메니아 예술과 건축을 발전시키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르메니아의 고전 양식은 5~7세기에 발달하였으나

7세기 말 아랍인들에게 점령당하면서 맥이 끊어졌는데 9세기 말 독립을 한 후에 왕국을 통일하면서

국가의 정체성도 확립되고 아르메니아 예술도 되살아 났다고 합니다

아흐파트와 사나힌 수도원은 이 시기인 10세기 경 번영을 누리던 때에 건축되었다고 합니다